§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것
종종 공백이라는 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 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힘겨울 수록,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 지 모른다.
이기주. 《언어의 온도》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이 방향으로 가고 싶은데, 주변 상황이 나를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간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끌려가고, 나는 그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무척 답답하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있지만, 그에 맞춰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럴 때가 많이 있었다. 나의 삶에 잠시 공백을 주기 위해서 택했던 것은 여행이었다. 하루 정도 연차를 쓰고 그 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서 먹고 싶었던 것을 먹으며 좋은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보면 힘들게 느껴졌던 일상 속의 여러 일들, 피하고 싶었던 여러 일들을 마주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곤 했다.
쉼표를 찍는다는 건 그런게 아닐까 싶다. 쉼표를 찍는다고 해서 더 나은 삶을 사는 건 아니겠지만, 힘들고 지쳤을 때,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한 것. 우리의 삶이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로만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멈춰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삶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잠시 쉬어갔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그렇게 짧지만은 않다. 눈 앞에 일에만 집중하기보다 멀리 보자. 삶은 어쩌면 42.195km 보다 긴 마라톤 일지도 모른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제치려고 속도를 내봐야, 시간이 갈수록 금방 지쳐서 완주를 못할 지도 모른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와중에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조바심 내지 말고 말이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서 우리는 잘 쉬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슈퍼카라고 할지라도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를 가야 하기 마련이다. 버겁고 힘든 일이 눈 앞에 있을 때, 잠시 내려놓고 쉬다가 다시 걸어가자. 다시 걷는 그 길은 이전보다 훨씬 아름답고 생기있게 느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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