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판사가 얘기하는 즐거움을 위한 독서
책 읽기는 즐거워야 한다
이 책을 쓴 문유석 판사는...
어릴 때부터 책 속에 빠져들었다.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하던 시절에도 그는 책이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1997년 판사가 된 이후에도 책을 놓질 않았고, 책을 좋아하다 보니 글쓰기도 좋아하게 되었다. 다양한 재판 경험과 거기에서 느끼고 생각한 점들을 글로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판사유감》등이 있는데 현재 서울 중앙지법 부장 판사이다.
인상적인 구절
더 중요한 장점은 보다가 딴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티브이는 기본적으로 몰입해서 보는 매체다. 콘텐츠가 좋으면 좋을수록 더욱 몰입하게 된다. 나의 속도에 맞춰 제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콘텐츠의 속도에 내가 맞춰 수용해야 한다. 인터넷은 그렇지는 않지만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게시글과 댓글들의 속도가 수용자를 수동적으로 만들기 쉽다. '웹서핑'이라는 표현 그대로 링크를 타고 여기저기를 아무 생각 없이 둥둥 떠다니며 표류할 때가 많다.
이와 달리 책은 수용하는 속도를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자극받는다. 내 경우, 좋은 책을 읽을 때면 머릿속에서 끝도 없이 꼬리를 물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읽다 멈추기를 반복하게 된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발견하면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귀퉁이를 접기도 한다. 지나고 보면 바로 이 멈추었던 순간들이 독서 경험의 핵심이다. 수동적으로 내 감각 속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고 마는 것들은 흔적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은 내 것이 된다.
문유석 판사는 책을 통해서 인터넷이나 티브이에 비해서 책읽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소개해 주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딴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은 티브이를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계속 티브이만 보다 보면 바보가 될 테니,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래도 몇몇 어른들은 티브이를 보게 되면 능동적으로 생각하기보다 티브이에 나오는 콘텐츠에 맞춰서 수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 같다.
책은 생각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일상생활 속에서는 전혀 해보지도 못했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눈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바쁘기에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책 속에서 작가가 남긴 말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만난다. 그리고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춰서 귀퉁이를 접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여백에다가 메모를 하는 것이 독서에 있어서 핵심이다.
책 읽기는 즐거워야 한다 (만화책 읽기와 독서습관에 대해서)
<쾌락독서> 속에 나오는 문유석 판사는 어릴 적부터 활자 속에 있는 세계를 여행했다. 어릴 때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할 때, 어린 문유석은 집구석 어디선가 책 읽기를 좋아했다. 그가 그렇게 책을 좋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책이 재미있어서. 그래서 어릴 때 만화책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려서부터 만화책을 잘 읽지 않았다. 부모님의 영향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다른 책은 잘 사주셨지만, 만화책은 사주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 몰래 용돈을 아껴서 당시 아이들이 많이 보던 월간 '아이큐 점프'를 사서 봤었다. 음악잡지였던 'GMV'는 당당하게 사서 보면서 만화책은 그렇게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만화책은 점점 관심사에서 멀어져 갔다. 주변 여러 친구들이 도서 대여점에서 '슬램덩크'나 '드래곤볼'을 빌려서 볼 때도 나는 다른 관심사에 팔려 만화책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만화책을 읽었던 경험도 우리 삶에 도움이 된다. 만화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콘텐츠가 다양하다. 윤태호 작가 쓴 '미생'만 봐도 이제는 만화를 어릴 때 보던 만화와 같은 선에서 보면 안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만화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후에 독서습관이 보다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만화책 읽기를 통해서 독서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즐거움뿐만 아니라 독서가 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후에 책 읽기를 시작하고자 할 때 보다 쉽게 독서 습관을 잡을 수 있다. 어려서부터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쌓아 왔기 때문이다.
즐거움만을 위한 독서는 나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독서도 우리의 삶에 충분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독서의 시작은 즐거워도 괜찮다. 만화책도 좋고, 판타지 소설도 좋고, 무협 소설도 괜찮다. 세상 어떤 책이든 그 안에는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컨텐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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