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을 쓴 이윤기 작가는...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되면서 등단하였다. 《하늘의 문》, 《두물머리》, 《나비 넥타이》등의 소설작품을 썼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등을 번역하면서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리스로마신화를 소개해주고 해석한 책을 꾸준히 발표하기도 했으나, 2010년 63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인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인상적인 구절
신들은 그리스 사람들에게 적당하게 베푸셨을지언정 차고 넘치게 베푼 것이 아니올시다. 그래서 우리 지혜는 밝고 소박할지언정 고상하고 장엄하지 못합니다. 세상이 무상한 것을 아는 우리는 가진 것을 자랑하거나 남의 행운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얼마나 기이한 것들을 숨기고 있는지요? 이것이 우리가 잘살다가 안락하게 죽은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는 소이연입니다. 살아 있는 것은 아직 신들의 뜻과 운명의 장난을 다 모면하지 못했다는 뜻이지요. 이런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경주를 끝내지도 못한 선수의 머리에 면류관을 씌우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고대 그리스에서 현명하기로 유명했던 솔론이 부자 중에 부자였던 크로이소스 왕에게 했던 말이다. 크로이소스는 누구보다도 많은 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니 나만큼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하고 물었더니 그에 대한 솔론의 대답이다.
대략 이런 뜻일 것이다. '세상이 무상한데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게다가 우리는 앞으로 닥쳐올 미래는 알 수 없지 않나. 큰 일없이 무탈하게 잘 살다가 죽은 사람이야 말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오늘 잘 나간다고 해서 내일도 잘 나간다는 보장도 없다.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러니 부를 자랑하면서 행복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착실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신화에는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의 믿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소망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신화 속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신에 의해서, 아니면 다른 절대적인 존재에 의해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신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알 수 있다. 수천년 전의 사람들에게는 과학 문명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믿음이 있었다. 그들은 신과 함께 살았고, 신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믿음으로 기도를 하고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은 매우 인간적이어서, 그들의 이야기는 인간 세계의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증오하고, 슬퍼하고, 웃고, 즐거워 하다가 화를 내기도 한다.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의 주인공은 신이지만, 이야기의 본질적인 측면은 인간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이 다른 신화들과 그리스로마신화의 차이점이며, 우리가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로마신화는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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