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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니체의 영원회귀와 서머싯 몸의《달과 6펜스》

by 책쓰는직장인 2021. 1. 26.

니체의 영원회귀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달'의 세계를 살 것인가, '6펜스'의 세계를 살 것인가.

 

 

 

 


윌리엄 서머싯 몸은...

 

윌리엄 서머싯 몸은 본래 의학도였다. 그는 프랑스 파리 주재 영국 대사의 고문 변호사였던 로버트 몸의 막내 아들로 1874년에 태어났다. 8살 때 폐결핵으로 어머니를 잃었고, 10살 때 아버지를 암으로 잃게 된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에서 세인트토머스 의학교를 졸업하는데, 산부인과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램버스의 라이저》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의사 대신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에 그가 쓴 희곡이 큰 인기를 얻기도 하고, 세계 1차 대전 이후에는 많은 나라를 여행하다가 1928년에 프랑스 남부의 카프레라에 정착했다고 한다. 그가 쓴 작품으로는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 《면도날》 등이 있다. 


인상적인 구절

나는 과거를 생각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이 소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가 한 말이다. 사랑하는 자신의 부인을 껴안았을 때, 그때가 그립지 않냐는 물음에 찰스 스트릭랜드는 이렇게 얘기한다.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라니. 왠지 모르게 니체의 영원회귀와도 연관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다시 돌아오고, 방금 전 설거지하던 시간도 돌아오고, 2시간 전에 노래를 부르며 퇴근하던 시간도 돌아온다. 현재는 다시 가면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영원히 나에게 돌아온다. 이렇게 현재는 계속 돌고 돌고 돌아서 나에게로 온다. 현재 내가 행복하면 영원히 행복할 것이고, 지금 내가 불행하다면 영원히 불행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전에 앞서서 이 소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달'의 세계를 살 것인가, '6펜스'의 세계를 살 것인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화가였던 폴 고갱의 삶을 모티프로 삼아서 쓴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증권중개업을 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사라진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말이다. 그는 집과 가족과 직장을 모두 버리고 파리로 갔다. 그가 파리로 간 이유는 바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였다. 

 

파리로 간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간다. 그에게는 좋은 집도, 사랑스러운 부인도, 귀여운 자녀들도 없다. 그에게는 오직 '그림'만 있다. 얼마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모든 것들을 내팽겨치고 과감하게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떠났을까. 그러고보면 나에게도 그런 적이 아예 없지는 않다. 2010년의 나는 직장을 잘 다니고 있었고, 회사 근처에서 영어회화 스터디도 하고 있었으며, 근처 프로축구팀에서 인터넷 방송 축구 해설을 하고 있었다. 이 소설 속 찰스 스트릭랙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삶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모든 다 버리고 떠나기로 했다. 지금 당장 회사 생활을 하는 것보다 '유럽여행'을 하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에게는 그 때의 삶을 통해 얻는 것보다 유럽여행을 통해 여러 경험을 얻는 것이 더 가치있고 중요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라는 제목에서, '달'은 우리가 꿈꾸고, 하고 싶고, 가까이 가고 싶고, 욕망하는 세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6펜스'는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뿌리를 상징한다. 그것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직장이 될 수도 있으며, 말 그대로 돈이 될 수도 있다. '달'과 '6펜스' 중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두 발을 땅에 딛고 하늘의 달을 본다. 우리의 발이 땅을 벗어날 수는 없다. 현실이 그렇다. 우리는 현실을 떠나서 살 수 없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이 가자고 하는 대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이 책을 읽으며 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과 내가 해야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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