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나 미래는 단지 우리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기억하는 능력이 없다면 과거란 존재할 수 없고, 기대하는 능력이 없다면 미래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삶들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의 여자와 남자는 '지금 그리고 여기'의 삶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의 삶에 집착하고 있다. 그들은 삶을 제대로 영위하고 있다기보다는 자신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죽은 아이 때문에, 그리고 미래의 부와 명성 때문에, 현재를 살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과연 행복이 가능할까? 죽은 아이가 되살아나지 않거나 기대했던 부와 명성이 얻어지지 않는다면, 두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 사계절
카르페 디엠.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라는 영화에서도 인용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현재를 살아라', '현재를 잡아라' 라는 뜻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를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현재를 잡으라는 건 대체 무슨 말일까?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요약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하기'. 시간은 흘러가고 또 흘러간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고, 미래는 다가올 시간이다. 과거와 미래 속에 우리는 존재하지만, 중요한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아이를 매일매일 그리워한다고 해서 아이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아이의 모습을 잊지 못해서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고 하여 처한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5~10년 뒤 직장인으로 멋지게 성공하고자 눈에 불을 켜고 잠도 줄여가면서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금 자신의 삶에 큰 도움이 될까? 과연 그 미래에 자신의 노력에 대해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의 삶에 후회와 불안이 생기는 것은 바로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의 일 때문에 현재 우리의 삶이 망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지금, 그리고 여기'를 살아야 한다. 과거와 미래를 붙잡으려 하지 말고, '지금'과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음이 더욱 편해진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라.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서 무슨 책을 읽을 지 생각해보자. 집에 있는 화분의 꽃이 목말라하진 않는지 살펴보라. 꽃에서는 어떤 향기가 나는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은 어떤 맛이고, 식감은 어떤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자신의 감각에 집중해보자.
카르페 디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해석을 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보고 싶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하기. 많은 사람들이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기보다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 여러 가지 일로 후회하고 불안해 하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자신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과연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나의 삶을 충실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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